위대한 성자의 죽음 앞에서
페이지 정보
작성자 흰구름 작성일18-04-03 18:46 조회10,163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석달 전, 붓다께서는 이미 당신의 열반하실 때와 장소를 대중에 다 알리시고, 길을 나서셨습니다. 노중에서도 부처님을 찾는 사람들에게 법문을 들려 주시며, 열반지인 쿠시나가르에 도착하시어, 대장장이 춘다의 마지막 공양을 받으시고, 두 그루 샬라나무(사라쌍수) 아래에 자리를 펴고 누우셨습니다.
붓다께서 니르바냐에 드신다는 소식을 들은 근처 여러 마을 사람들이 성자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자, 혹은 예경을 올리고자 줄지어 찾아 왔습니다. 어둠이 내리고 등불이 켜지도록 행렬은 이어졌습니다.
부처님 육신의 통증도 그 행렬처럼 계속 되었으나, 석가모니께서는 마지막 불꽃이 더 환히 빛나듯, 그들에게 행복을 축원하고 진리의 참된 이치를 설하시어, 자비와 지혜의 경지를 보여 주시며, 만나는 모든 이들을 이롭게, 환희심을 가지게 하셨습니다.
밤이 깊어 마을 사람들이 다 돌아 가고, 숲에는 다시 고요한 정적이 찾아 들었을 무렵, 한 나이 많은 이교도 수행자가 부처님을 찾아 와서는, 큰스승 붓다의 병증과 열반으로 깊은 근심과 슬픔에 사로잡혀 있는 시자 아난 존자에게 청하였습니다.
"오늘 밤에 붓다께서 완전한열반(반열반)에 드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저는 수밧다라고 합니다. 제가 꼭 묻고 싶은 것이 있으니 저 위대한 분을 뵙게하여 주시오."
아난다는 이교도들이 늘 부처님을 찾아와 논쟁하던 일을 떠올려, 마지막 부처님을 번잡하게 괴롭혀서는 안된다 생각하여, 수밧다를 만류했습니다.
"안 됩니다. 부처님께서는 지금 병으로 힘드신데도 온 종일 사람들을 대하느라 지치셨습니다. 지금부터는 부처님을 괴롭혀서는 안됩니다."
늙은 수행자는 물러서지 않고 간절히 청하였습니다.
"예전부터 꼭 뵙고 싶었으나 때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이제 지금이 아니면 이번 생에 다시는 기회가 없으니 자비를 베푸시어 한번만 뵙게 해 주십시오."
그렇게 수밧다는 세번을 청하고 아난역시 세번을 거절했습니다. 그 때 아난의 등 뒤로 그를 힘겹게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난아, 그 분을 막지 말아라. 그를 내 가까이 오게 하라. 그는 자신의 의심을 풀고 싶은 것이지 날 괴롭히려는 것이 아니다. 그는 나와 숙업의 지중한 인연이 있으니, 나의 마지막 제자가 될 것이니라."
아난은 할 수 없이 수밧다를 부처님 가까이 데려 갔다. 늙은 수행자는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어 예경을 한 후 안부를 여쭙고는 바로 질문을 하였습니다.
"저는 수밧다라 합니다. 먼저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허락 하셨습니다. "무엇이라도 궁금한 것을 물으시오."
"세상에는 자칭 타칭 성자와 스승이라는 이들이 참 많습니다. 완전한 성자라면 모든 것을 알아야 할텐데, 그들의 가르침은 제각각이고, 또 서로 다른 이들의 가르침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고타마께서는 어떠십니까? 그들의 가르침에 대하여 다 아십니까?"
부처님께서 즉시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의심과 그런 질문은 아무 이익이 없습니다. 그러니 그런 의심을 하지 마시오.
당신이 나를 평가하고 다른 수행자들과 비교해 누가 더 나은지를 결정하는 것은 당신자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는 것이 없습니다. 이제 당신에게 나의 가르침을 말해 주겠으니 잘 듣고 잘 생각해 보십시오.
수밧다여, 고통과 번뇌를 소멸하고 적정(열반, 해탈)을 성취하는 여덟가지의 방법(8정도)은 바른 수행이라오.
그것은 바로 옳바른 견해(정견), 옳바른 사유(정사), 옳바른 말(정어), 옳바른 행(정행), 옳바른 삶(생활 or 직업-정명), 옳바른 정진(바른노력-정정진), 옳바른 알아차림(4념처-정념), 옳바른 삼매(집중 or 4선정-정정)입니다.
만약 누군가의 가르침에 이 여덟가지의 성취와 수행법이 들어 있다면 그들은 성자나 스승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의 가르침에 이 여덟가지의 성취와 수행법이 없다면 그들은 성자나 스승이라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숨을 고르신 세존 붓다께서는 수밧다에게 다음 게송을 읊었습니다.
"내 나이 스물아홉에 진리를 찾아 출가하였네.
그리고 나는 정각을 이룬지 이미 마흔 다섯 해가 되었네.
수밧다여,
계율과 선정과 지혜를 닦으며
조용한 곳에서 직관과 통찰로 사유하라.
이 것이 내가 가르치는 중요한 수행법이니
이 일을 가는 이 참된 수행자라네."
수밧다는 어리석은 의심이 다 해결되어, 환희한 신심으로 눈물을 흘리며, 부처님과 가르침과 승가에 귀의하고 예배한 후 물러갔습니다.
다시 고요한 한밤중의 정적에 휩싸이고 부처님의 호흡이 잦아들기 시작하자, 아난은 뒤돌아서 나무를 부여잡고 흐느껴 울음을 토하기 시작했다.
부처님은 이를 아시고 선정에서 나오시어 힘겹게 다시 눈을 뜨시고는 아난을 부르셨습니다.
"그만..그만, 울지 말거라. 번뇌와 정에 흔들려 다르마(법)을 잃어서는 안된다. 너는 오랫동안 나에게 정성을 다하였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너처럼 나를 섬기지는 못할 것이다. 더욱 열심히 노력하라. 머지 않아 완전한 깨달음을 이룰 것이다."
비통에 젖은 제자를 크나큰 스승께서는 다독이고 위로하고 칭찬하며 격려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숨결을 모아 목소리를 키우시어 뭇대중에게 물으셨습니다.
"너희 중에 나와 나의 가르침과 승가에 대해 의문이 남아 있는 사람은 없느냐? 있거든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지금 빨리 물어라. 내 숨이 남아 있는동안 설명해 주리라."
대중 누구도 의문을 말하지 않자, 부처님은 반복해서 물으시기를 "부끄러워 직접 묻지 못하겠거든 다른 도반을 통해서라도 빨리 묻도록 하라.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하고 세번을 기회를 주셨으나 대중은 침묵할 뿐이었습니다. 부처님의 소진되는 기력이 안타까운 아난이 부처님께 고하였습니다.
"부처님, 이 자리에 있는 대중은 모두 청정한 믿음을 구족하였는고로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과 부처님의 승가를 의심하는 바가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이르시길
"수행자들이여,
스스로(알아차리고 깨어있는)를 등불로 삼고
진리법을 등불로 삼으라.
게으러지 말라.
부지런히 정진하고 수행하라.
이것이 나의 마지막 가르침이다."
하시고는 조용히 눈을 감으시고, 순서대로 선정에 드시어 열반하셨다.
이와같이, 석가세존 부처님께서는, 길에서 탄생하시어 일생 동안을 길위에서 길을 가리켜 주시다 길에서 적멸하시는 순간까지 "궁금하면 물어라."고 뭇 중생을 염려하고 돕고자, 만 중생을 이롭게 하고자 하신 자비심은 어둠 속 영원한 빛이 되셨습니다.
- <장아함 유행경><근본유부율><대반열반경>에서 발췌, 편집하였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