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빠띳사(사리불)와 앗사지 존자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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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보현사 작성일19-02-02 13:46 조회10,21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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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빠띳사(사리불)와 앗사지 존자의 만남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도착한지 14일이 지난 1월 초하룻날, 부처님으로부터 최초로 가르침을 받은 다섯 비구 중의 한 사람인 앗사지(Assaji) 존자가 가사를 고쳐 입고 발우를 들고 탁발하러 왕사성 시내로 들어갔다. 그의 자세는 위엄 있고 확신에 차 있었으며, 앞으로 나아가거나 뒤로 물러날 때나, 앞을 보거나 옆을 보거나 간에, 내리 깔은 그의 눈은 지름 네 뼘 범위 안에 고정되어 있었다.
앗사지 존자가 위엄 있고 우아한 자태로 왕사성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미래의 사리불인 우빠띳사 고행자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저 비구는 아라한의 도(道)와 과(果)를 얻은 분임에 틀림없다. 가서 ‘친구여, 그대는 누구의 문하로 출가했습니까? 그대의 스승은 누구십니까? 누구의 가르침을 받았습니까?’라고 묻는 것이 좋겠다.” 그러나 다시 이렇게 생각했다.
“탁발 중이니 저 비구에게 묻기에 알맞은 시간이 아니다. 열반이라는 영원한 행복을 추구하려면 저 비구의 뒤를 따라가는 것이 좋겠다.”
그래서 약간의 거리를 두고 앗사지 존자의 뒤를 따라갔다.
앗사지가 탁발을 마쳤을 때, 우빠띳사는 앗사지가 식사할 자리를 찾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항상 가지고 다니는 작은 의자를 주고, 테라가 식사를 마친 다음 자기 물병에서 물을 공양했다. 그렇게 제자가 스승에게 하는 의무를 다한 다음, 우빠띳사는 테라에게 공손하고도 정중하게 말했다.
“친구여, 그대는 참으로 맑고 평온하며, 얼굴도 깨끗하고 밝고 흠이 없어 보입니다. 친구여, 그대는 누구의 문하로 출가했습니까? 그대의 스승은 누구십니까? 누구의 가르침을 받았습니까?”
앗사지 존자는 대답했다. “친구여, 나는 대대로 이어오는 석가 왕족의 후계이며, 속세를 떠나 은둔자가 된, 스스로 완전히 깨달은 부처님의 문하로 출가했습니다. 그분이 나의 스승입니다. 그분의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그러자 우빠띳사가 물었다. “친구여, 그대의 스승이신 부처님께서는 무엇을 주장하시고 가르치십니까?”
앗사지 존자는 심사숙고했다. ‘이 고행자들은 불법에 대해 적대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으니, 이 방랑하는 고행자 우빠띳사에게 가르침의 깊고도 오묘한 본성을 분명하게 보여 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다. “친구여, 나는 아주 최근에 종단에 들어온 신참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법에 대해서 광범위하게 설명하지는 못하고 핵심을 간단하게 알려줄 수 있을 뿐입니다.”
미래의 사리불인 방랑하는 고행자 우빠띳사는 이렇게 알려주고 싶었다. “나는 방랑하는 고행자이며 지성적인 우빠띳사이다. 조금만 가르쳐 주든지 많이 가르쳐 주든지 그대의 능력껏 가르쳐 주기만 하면, 그 법문을 100가지 1,000가지 각도로 검토하여 이해하는 것은 내 몫이다.” 그러나 이렇게만 말했다.
“친구여, 그렇게 하십시오. 짧거나 길거나 간에 핵심만 설법하십시오. 그대가 산문이나 시나 다른 형태로 많은 것을 가르쳐도 나에게 이익이 되는 것은 핵심이기 때문에, 핵심만 경청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앗사지 존자는 사성제의 핵심으로 구성된 법문을 했다.
“친구여,
괴로움의 진리(고성제)라고도 하는 오온은
그 근원이 갈망 즉 괴로움의 근원의 진리(집성제)입니다.
우리의 스승이신 깨달은 분께서는
괴로움의 진리와 괴로움의 근원의 진리를 가르치십니다.
그분께서는 괴로움의 소멸의 진리(멸성제.열반)도 가르치시며,
괴로움의 소멸로 이끄는 길의 진리(도성제. 팔정도)도 가르치십니다.
이것이 이 사성제를 분석적으로 상세하게 설명하시는
위대한 사문인 우리 스승의 순수한 교법입니다.”
이 게송의 빨리어 및 영어 원문은 다음과 같다.
Ye dhammā hetuppabbhavā(그 법들은 원인에서 생기니),
Tesaṁ hetuṁ Tathāgato āha(여래께서는 그 원인을 말씀하시네);
Tesañca ya nirodho(그것의 소멸도 말씀하시니)
Evaṁ vādi Mahāsamaṇo(위대한 사문은 이렇게 가르치시네).
위의 법문의 전반부를 들었을 때 방랑자 우빠띳사는 수다원과(須陀洹果)를 얻었기에, 수다원이 된 후에 후반부를 들었다.
그러자 미래의 사리불은 말했다.
“비록 이 가르침이 아직은 나를 첫 번째 단계의 과(수다원과)밖에 깨닫게 하지 못했지만, 이것이 바로 우리 두 친구가 찾고 있던 진리입니다. 존자께서는 슬픔이 없는 열반을 깨달아 획득하셨습니다. 우리들은 이 진리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윤회의 사이클 속에서 시간을 낭비하고 괴로워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말한 다음, 비록 아직 보다 높은 단계를 획득하진 못했지만, 이 출세간의 가르침에 관해서 보다 특별한 것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방랑자 우빠띳사에게 떠올랐다. 그래서 앗사지 존자에게 이렇게 요청했다. “당분간 더 이상 말씀하시지 말아 주십시오. 교법의 더 높은 단계를 가르치지 말아 주십시오. 우리의 스승이신 깨달으신 분께서 어디에 거주하고 계신지 알려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앗사지 존자는 대답했다.
“벗이여, 여래께서는 죽림정사(竹林精舍)에 거주하고 계십니다.”
그러자 방랑자 우빠띳사는 말했다.
“그러면 존자시여, 먼저 가십시오. 저는 친구가 한 명 있는데, 제가 그보다 먼저 얻은 영원한 행복으로 가는 지혜를 그에게 가르쳐 주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와의 약속을 완수한 다음에, 세존이 계신 곳으로 존자의 뒤를 따라 저의 친구와 함께 가겠습니다.”
그리고서 감사의 표시로 존자의 주위를 세 바퀴 돌아서 공손하게 경의를 표한 다음, 방랑자들의 수행처로 향했다.
출처: 밍군 사야도 원저, 오원탁 번역, 『부처님의 제자들』, 경서원, 30-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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