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승 경허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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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흰구름 작성일17-06-14 11:46 조회23,442회 댓글1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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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은 한암선사께서 경허대선사를 회고하신 내용입니다.
금강경에 이르기를,
"앞으로 돌아오는 세상 후오백세에 중생이 있어서 이경을 듣고 신심이 청정하면 곧 실상을 내리니, 마땅히 알거라, 이 사람은 제일 희유한 공덕을 성취하였느니라." 하였고,
대혜화상이 이르기를,
"만약 이 중간에 복잡한 가운데서라도 몇 사람이 타성일편(打成一片)하여 얻지 못하였을 것 같으면 불법이 어찌 오늘에까지 이르렀으리오." 하니,
대개 용맹스런 뜻을 발하여 법의 근원에 사무친 이가 말세의 불법에도 없지 않았으므로 불조가 이런 말씀을 하신 것이요,
또한 그러한 사람이 너무 드물어서 혜명을 보존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와같은 말씀이 있는 것이니,
누가 능히 대장부의 뜻을 갖추어 자성을 철저히 깨닫고 그 제일 가는 공덕을 성취하여 큰 지혜광명 의지를 저 오백세 후까지 광대하게 유통하리요.
나의 선사(先師) 경허화상이 이런 분이다.
화상의 휘는 성우이니 처음 이름은 동욱이요 경허는 그 호이며 성은 송이니 여산 사람이다.
부친은 두옥이요, 모친은 밀양 박씨이다. 철종 8년 정사년 사월 이십사일에 전주 자동리에서 탄생하셨다.
분만 후 삼일까지 울지 않다가 목욕을 시키자 비로소 아기 소리를 내니 사람들이 모두 신기하게 여기다.
일찍이 부친의 상을 당하고 아홉 살때에 모친을 따라 상경하여 광주군 청계사에 들어가 계허스님을 은사로 머리를 깍고 계를 받았다.
속가의 형이 한 분 계셨는데 공주 마곡사에서 득도하고 있었으니 이 모두 그 모친이 삼보(三寶)에 귀심(歸心)하여 염불을 정성 들여 하였으니 두 아들을 출가하게 한 것이다.
나이는 어리지만 뜻은 큰 사람 못지 않았고 비록 고달픈 환경이라도 피곤하거나 싫어하는 마음이 없이 나무하고 물깃고 밥을 지으며 은사스님을 모셨다.
열네 살이 되도록 글을 배울 겨를이 없었는데 어느 날 선비 한분이 와서 한 여름을 보내게 되었는데,
그 선비가 함께 소일꺼리로 곁에 불러 앉히고 천자문을 가르쳐 보니 배우는대로 똑바로 외우는지라 다시 통사(通史) 등의 글을 가르쳐 보니 하루에 대여섯 장씩 외우기에 감탄하여 말하기를,
"이 아이는 참으로 비상한 재주로다. 옛 사람의 이른바 천리를 달리는 말이 백락(伯樂)을 만나지 못하고 피곤하게 소금짐이나 끄는구나. 뒷날에 반드시 큰 그릇이 되어 모든 사람들을 제도하리라." 하더라.
얼마되지 않아서 은사인 계허스님이 환속하게 되자, 은사가 그 재주에 더 배우지 못하게 됨을 애석하게 여겨 계룡산 동학사 만화화상에게 추천하는 글을 써서 소개하여 보내니 화상은 당세의 큰 강사였다.
경허의 영걸스러운 기상을 보고 기뻐하며 붙들어 가르치니, 몇 달이 안 되어 문장을 구상하여 잘짓고 교의(敎義)를 토론하였다.
그 날 일과의 경소(經疏)를 한 번 보고는 다 외워마치고는 하루 종일 잠만 자고 그 이튿날 논문강(論問講)을 할때에는 글뜻을 해석하는 것이 마치 장작을 쪼개듯 촛불을 잡은 듯 명확하였다.
강사가 잠만 자는 것을 꾸짓고 그 재주를 시험하고자 하여 특히 원각경 가운데 소초까지 대 여섯 장 내지 십여 장을 일과로 정하여도 여전히 졸고 여전히 외우는지라 대중들이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고 감탄하더라.
이로부터 재주와 이름이 널리 퍼지게 되고 영호(嶺湖)의 강원에 두루 참석하여 학문이 날로 진취되고 널리 들어서 유교와 노장학에 정통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천성이 소탈하고 활달하며 밖으로는 꾸밈이 없어서 무더운 여름에 경을 보매 대중들은 모두 옷을 입고 바로 앉아서 땀을 줄줄 흘리는데,
혼자서 훌훌 벗어버리고 태연하게 형상과 거동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으니 일우강사가 보고는 문인들에게 이르기를,
"참으로 대승법기(大乘法器)로다. 너희들은 도저히 미칠 수 없느니라." 하였다.
이십 삼세에 대중들의 요청으로 동학사에서 개강(開講)하니 교의를 논하매 큰 바다의 파도와 같으니 학인들이 사방에서 몰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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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선행님의 댓글
지선행 작성일저희 보현사에도 근기가 낮은 저희들을 위해 몸을 낮추고 생각을 낮추시며 단 한명도 놓치지않고 다 같이 도를 이루길 위해 온몸을 불태우는 스님이 계십니다...스님이 저희 곁에 함께 머뭄에 깊이 감사드리며 부디 가르침의 불꽃이 저희 모두에게 미쳐 다같이 온몸을 불태워 하늘끝 땅끝에서도 볼수있는 커다란 성불의 불꽃을 저희 보현사에서 이뤄지길 발원해 봅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