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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7 수. 소녀의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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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흰구름 작성일24-04-17 09:26 조회37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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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거두어 하나로 모아 회광반조하면 고요하다
앉거나 눕거나 혹 서 있거나 걷거나
그 가운데 그 고요에서 각자의 도구로
늘 진리를 관하여야 한다.

있는 것은 결국에 변하고 사라지니
그로써 무상을 깨닫고

모든 것은 인과 연의 화합이며 그 연속이니
그로써 고정된 실체가 없음을 깨닫고

그래서 고요하고 선명해지니
물듦이 없어 열반적정에 노닌다.

그 길을 보이신 석존의 법에
신심이 청정하여 금강같으면
비로소 부처님의 제자라 할 만하다.

삼법인을 알아차리지 아니하고
다만 부처님의 말씀이 현실에 맞지 않다 하거나  생활과 동떨어진 이야기라 운운 한다면 어찌 불자이겠는가.

♧선화(禪話-선 일화)
<설노파(雪老婆) 곡성(哭聲) 아이고~ 아이고~>

마조도일(馬祖道一) 선사의 속가(俗家) 친척 중에 장거사(張居士)가 있었는데, 거사가 애지중지하는 딸이 있었다. 이름은 설(雪)이다. 설은 어린 나이에도 아주 열심히 관음상을 모셔놓고 집에서 매일 관세음보살보문품(觀世音菩薩普門品)을 하루도 빼먹지 않고 지극정성 독경(讀經) 하며 참선(參禪)도 하였다.

비록 출가는 아니 했지만, 절에 스님들보다도 더 신심이 있게 수행정진(修行精進)을 하는 한편, 또한 발원하기를
'이상적인 남편을 만나 가정을 꾸려서 자녀들도 많이 두어서 행복한 삶이 되도록 불•보살님들께서 살펴주소서.' 하고 매일 기도도 드렸다.
집안 살림을 할 때도 항상 일념으로 관세음보살을 염송(念誦)하였다.
장거사의 가족들도 그런 딸을 무척 예뻐하고 애지중지했다.

그렇게 신심이 돈독하던 딸 설(雪)이 어느 날 시냇가에서 빨래를 하다가, 깊은 산골 절에서 울려 퍼지는 저녁 종소리를 듣고 미증유(未曾有)의 깨달음을 얻고 나서는 완전 딴 사람이 되어버렸다. 매일 지극정성으로 부르던 관세음보살 염불도 않고 그냥 방안에 멍하니 앉아만 있었다.

문틈으로 딸의 동태를 살피던 장거사가 문을 열고 딸이 앉아있는 방으로 들어가 보니, 그 동안 모셔 놓았던 관세음보살 탱화와 불경을 방석으로 깔고 앉아있는 것이다. 아버지 거사가 깜짝 놀라 노발대발 딸을 나무라고 꾸짖었다.

"너 이것이 무슨 짓이냐? 이렇게 소중한 경전을 방석으로 깔고 앉다니 이게 불제자가 할 짓이냐? 이 못 된 것 같으니라고!" 하며 갖은 말로 꾸짖고 나무라니, 그것을 묵묵히 듣고 있던 딸 설이가 피식 웃으면서 거사를 향해 말했다.

"아버지, 소중한 것이 이 경전에 있습니까? 만약 있다면 경전에 있는 무엇이 그리 소중합니까? " 물으니 거사 왈

"불법(佛法)이 소중하지 않느냐."
 설이 또 묻기를
"그럼 불법이 종이나 문자에 있습니까?"
당황한 아버지 왈
"그럼 너는 불법이 어디에 있느냐."
딸 설 왈
"제가 말해도 아버지는 모르십니다. 마조선사(馬祖禪師)께 가셔서 물어보세요."

장거사는 마조선사를 찾아가서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
물었다. "큰스님, 혹시 제 딸 설이가 미쳤을까요?"

묵묵히 장거사 말을 다 들은 마조대사께서 말씀하시기를, "미치다니, 전혀 미치지 않았소. 미친 것은 아버지인 당신 장거사요."

"제가 미치다니요 큰스님, 딸애가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불경과 관음보살 탱화을 방석으로 깔고 앉는단 말입니까."

이에 마조대사가 껄껄 웃으시며 장거사를 달랬다.
"거사는 걱정할 것 없소.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될 것이요." 하고는 게송(偈頌) 하나를 지어주며 딸 방에 붙여 두라고 일렀다.

장거사가 집으로 돌아와서 딸 설이 방에 마조의 게송을 붙였다. 그 게송은

밤 삼경에 나무 닭 우는 소리 들으니
내 마음 내 고향 분명하구나.
비로소 나의 집 마당에 들어서니
버들은 푸르고 꽃은 붉도다.

방에 앉아있던 설이 벽에 붙은 그 게송을 보았다.
선사의 게송을 읽고 난 설이 말하기를,
"도인의 도(道)도 다 그렇구나." 하고
혼자 고개를 끄덕 끄덕 하더니, 마지막 구절을 읽고 또 읽었다. 버들은 푸르고 꽃은 붉도다.

부처님 경전도 보살상도 깔고 앉았을 때는 살불살조(殺佛殺祖)의 경지여서 일체를 죽일 줄만 알았지, 봉불활불(逢佛活佛-부처를 경외하고 부처를 따르는)하고 봉조활조(逢祖活祖-조사를 존경하고 따르는)의 묘용(妙用)을 쓸 줄 몰랐으니 의심(疑心)이 생길 수밖에 없었겠다.

장거사 딸 설(雪) 이는 그날로 식음전폐하고 용맹정진(勇猛精進)에 들어갔다. 죽기 살기로 화두삼매에 몰입한지 일주일만에 의단(疑團-의심덩어리)이 타파(打破)되어서 마조선사(馬祖禪師)를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다.

때마침 마조선사 조실 방에 호암(湖巖) 선사(禪師)가 와 계셨다. "아, 이 소녀(少女)가 공부 정진 잘한다는 장거사 딸이군요. 그렇다면 내가 이번에 한 번 점검을 해 보겠습니다. 설이야, 경에 이르기를 겨자씨 안에 수미산(須彌山)이 들어가고 수미산 속에서 큰 돌을 쪼갠다고 하였으니, 이것이 무슨 도리인고?"

설이 말을 듣자마자 앞에 놓여있던 찻잔을 집어서 마루 기둥에 획 던져 버렸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마조선사가

"그래 그래, 네가 공부를 많이 하였구나. 이번에는 내가 한번 물어보자. 고인(古人)의 인연(因緣)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일러보아라."

"네! 무슨 말씀인지 한번 더 말씀하여 주십시오."

 마조선사께서 다시 그대로 묻자 설이는 미소를 머금고 합장하면서 고개를 숙이며
"큰스님 수고하셨습니다. 이렇게 감사를 드립니다."하니

 마조선사께서 무릎을 탁 치면서,
"아차 내가 네게 속았구나."
하고 흡족한 얼굴로 인가를 했다.

이런 설이도 한 가정을 꾸려 행복하게 잘 살았는데
나이가 들어 백발이 성성한 노파(老婆)가 되었다.
어느 날 사랑하던 손녀 딸이 어린 나이에 죽었다.
설이 노파는 손녀딸 시신 앞에서 대성통곡을 하고 울었다.

동내 할머니들이 말했다.
"여보시오 설이 할멈.
당신은 소녀 때부터 도를 통해서 마조선사로부터 인가까지 받은 분이 어찌 그리도 슬프게 통곡을 하오?"

이 말을 들은 설이노파(老婆)가 통곡을 뚝 그치고 말하길
"이 어리석은 사람들아, 이 이상 더 훌륭한 시달림 설법이 어디 또 있겠는가? 이 할미의 통곡하는 눈물이 이 애에게는 향화반식(香華飯食)임을 어찌 모르는가.
고승 대덕의 선지식 법문보다 내 이 통곡소리의 공덕이 큼을 어찌들 모르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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